"미안합니다…고맙습니다...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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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고맙습니다...잊지 않겠습니다"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5.11.14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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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메르스 백서 발간...시작부터 향후 과제까지

병원계가 자체 메르스 백서를 냈다. 의료진은 마음은 "미안합니다…고맙습니다...잊지 않겠습니다."는 표현에 함축됐다. 대한병원협회는 이같은 내용의 '2015 메르스 대한병원협회의 기록'을 12일 공개했다.

메르스가 시작된 5월 20일부터 사실상 종식이 선언된 7월 28일까지. 70일 간의 기록이 병원협회 시선에서 기록됐다.

병원협회는 메르스 백서를 발간하면서 "메르스 사태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은 분들과 지금까지 병석에 누워 있는 환자들, 메르스로 후유증을 앓게 된 환자들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메르스로 인해 국민과 병원인이 흘린 수 많은 땀방울과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메르스 백서에서는 '숫자로 보는 메르스'가 눈에 띈다.

대한민국의 메르스 사태는 감염환자 1명으로부터 시작, 메르스 발병국 전 세계 2위라는 낙인이 찍혔다.

70일 동안 정부, 병원협회, 의료기관은 메르스 관련 문서를 1일 평균 2.8회 주고 받았지만, 1일 최다 메르스 확진 환자 수가 23명까지 나온 적이 있었다.

국내 메르스 확진 환자 중 병원 종사자 수는 39명이고, 메르스 확산 후 우리나라 국가지정입원치료병원 수는 56개로 늘었다.

메르스 혼돈의 시간 70일.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의료기관 106개, 최종 메르스 확진 환자수는 186명이다.

국민안심병원 287개, 메르스 피해병원 지원금 추경예산액 2500억원, 메르스 병원의 직접 손실액 5496억원, 메르스 감염환자 선별 등 감염확산 방지를 위한 총 격리자 수 16693명, 복지부가 의료기돤 등에 지급한 개인보호장비 수 993826개 등으로 기록됐다.

병원협회는 메르스 발생 초기를 '혼란'의 시기로 봤다. 한 순간에 대한민국을 습격한 메르스로 인해 전부 또는 일부 폐쇄를 경험한 의료이관이 100여개에 이르렀고, 메르스가 거쳐가지 않은 나머지 병원들까지 공포와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의료기관들이 가지고 있었던 메르스 관련 대응지침 2판도 문제가 됐다. 정부가 배포한 대응지침은 국내 메르스 발생 이전인 2014년 12월 배포된 것으로 국내 병원 현실과 맞지 않는 기준이었다.

결국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하고 난 5월 20일 이후 일주일 사이 제3판, 제3-1판이 배포되면서 발열의 기준이 38도에서 37.5도로 변경되고 신고·진단기준이 개정되는 등 병원은 초기단계에서 부터 혼란을 겪어야 했다.

개정된 메르스 대응지침과 관련, 정부와 지자체, 각 지자체간 대응방향과 시기가 상이해 유전자검사 대상 확인 및 의뢰, 환자 이송 등과 같이 신속한 결정을 요하는 사안에 있어 개별 병원이 대응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픔을 딛고 일어서야 할 시간이다.

지난 7월 6일 국회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법정감염병의 종류를 구체화 하고 국가와 지자체 책무를 강화하는 한편 역학조사관과 방역관의 권한을 확대하는 등 제도수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향후 사회적 재난에 대한 대응체계 내실화, 효율적 초동대처를 위한 신속한 민-관 정보공유 및 공동대처, 체계적 대응을 위한 일원화된 상시 컨트롤타워 운영체계 구축, 국제기구와 공조 및 상시 네트워킹체제 구축, 병실문화 및 진료체계 개선, 적시적절한 대국민 교육과 홍보 등의 논의도 필요하다.

병원협회는 "지금가지 병원을 믿어 주신 국민들에게 뜨거운 감사를 전한다"며 "병원인들은 메르스로 인해 운명을 달리한 분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추모하며, 국민들의 건강과 안위를 위해 힘차게 일어서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아산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장도 "향후 다른 감염병 발생 시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백서가 되길"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은 이번 백서를 두고 "모든 것을 기록하는 이유는 잘못된 판단으로 또 다시 같은 길로 가는걸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난 5월을 생각하면 머리속이 하얘지진다"고 털어놨다.

박 회장은 "역대 병원협회장 중 전염병으로 인해 청와대에 간 회장은 제가 처음일 것"이라며 "전염병의 연결고리를 끊어달라는 대통령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지나간 일을 잊지 말고, 다시는 겪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백서 발간에 대해 박성욱 서울아산병원장은 "유사한 감염과 재앙이 발생했을 때, 병원협회의 백서가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자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강무일 가톨릭중앙의료원장 또한 "백서를 백서로 끝내지 말고, 똑같은 일이 생겼을 때 시금석 역할을 해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 체제에서는 또 다른 전염병이 발생해도 상황은 같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 의료원장은 "환자가 전염병을 가지고 이 병원 저 병원을 들른 이유는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리며 "의료와 정부의 수직관계를 끊고, 수평관계에서 서로 보완하는 협업을 하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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