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백혈병 딸 엄마와 의료사고 당한 청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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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백혈병 딸 엄마와 의료사고 당한 청년의 이야기
  • 홍지연 기자
  • 승인 2014.10.28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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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연합, 열두번째 환자사유팅 카페 열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0월 13일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종로 ‘엠스퀘어’에서 최현정 MBC 아나운서의 사회로 제12회 환자샤우팅카페(http:www.shoutingcafe.kr)를 개최했다. 서울시립북부병원 권용진 원장, 법무법인 ‘제현’ 구영신 변호사,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가 솔루션 자문단으로 참여했다. 이날 5살배기 백혈병 어린이 효진 양의 어머니 김현경 씨와 유명 척추ㆍ관절 전문병원에서 의료사고를 당하신 권태현 씨의 샤우팅이 있었다.

골수기증자 못찾아 희망 잃은 다섯 살 효진 양

     
 

첫 번째로 무대에 선 효진 양의 어머니 김현경 씨는 골수기증 등록 시스템에 대해 아쉬운 마음부터 털어놓았다. 올해 3월 갑자기 눈이 부어 동네 병원을 찾은 효진 양은 대구의 한 병원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이식 수술을 위해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이식 수술이 완치 확률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아직까지 골수기증자를 찾지 못했다.

하나뿐인 동생과도 유전자형이 일치하지 않았고, 한국 골수기증 등록자 중 1차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사람이 12명이나 나왔지만 그 중 9명은 기증을 거부했다. 남은 3명은 2차 정밀검사 결과 유전자형이 일치하지 않아 현재 부모의 반일치 이식이나 제대혈 이식을 검토하고 있다.

“일부이지만 봉사활동 점수 받겠다고 기증 등록해 놓고 막상 연락을 하면 기증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환자와 가족들이 받을 절망감을 생각한다면 기증 약속을 꼭 지켜주셨으면 합니다. 기증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저 아픈 아이를 바라봐야만 하는 부모의 심정을 좀 헤아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등록된 기증 희망자 가운데 환자와 유전자형이 일치해 기증을 요청하면 거부하는 비율은 약 56%이다. 이 가운데에는 본인의 거부(36.5%)도 있지만 가족이 반대(18.4%)하거나 주소 및 연락처 변경으로 연락이 두절(28.0%)된 경우도 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골수기증 거부자 중에서 28%가 주소나 전화번호 등의 변경으로 연락이 두절된 경우입니다. 이 경우 관련 법률을 개정하거나 정부 및 통신사의 협조를 얻어 변경된 주소나 전화번호가 자동적으로 변경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골수기증 등록자 약 4만 명을 신규 확보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게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게스트 자문단으로 골수기증 전문가인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연구부장이 참석했다. 김 연구부장은 과거 기증자 모집 단체에서 일한 경험을 예로 들며 단순히 기증 등록자 수가 늘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기증 등록자를 찾아 실제로 기증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과정에서 관리와 감독이 얼마나 잘 되어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골수기증을 하신 김 연구부장은 선의를 갖고 기증 등록을 했지만 실제 이식이 이루어지기까지 촉진제 주사 맞는 기간 3~5일과 입원기간 2~3일을 합하면 총 5일~8일이라는 긴 시간을 아무런 혜택 없이 투자해야 하는 제도적인 결함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아 거부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골수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홍보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릎 수술 후 장애 안고 사는 청년 권태현 씨

두 번째로 샤우팅에 나선 권태현 씨는 운동을 좋아해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 등을 하다 무릎에 통증을 느끼고 인근에서 유명한 네트워크 병원을 찾았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 모델이고 관절 분야 전문병원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고통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권 씨가 진단받은 병명은 ‘장경인대증후군’이다. 처음에는 주사 중심의 시술이 이루어졌고 증세는 금세 호전되었다. 두 번째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자 담당의사는 수술을 권했다. 이마를 꿰매는 것만큼 간단한 수술이라는 의사의 말에 권 씨는 2012년 2월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마취에서 깨자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이니 괜찮을 거라며 서둘러 권 씨를 돌려보냈다. 약간의 통증을 해결하려고 병원을 찾은 권 씨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인근에서 유명한 척추ㆍ관절 전문병원이고 담당 의사가 수술에 대해 너무 쉽게 말해서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 병원을 찾았던 것, 의사 말대로 수술을 받았던 것, 좀 더 알아보고 신중하게 결정하지 못한 것 모두 너무 후회됩니다.”

해당 병원에서는 권 씨를 상대로 영업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억울한 마음에 병원 앞에서 시위를 하고 방송에 출연해 사실을 알리고 인터넷 사이트에 방송 화면을 캡처해 글을 올렸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재 권 씨는 민사소송에서 패소해 병원에 손해배상금으로 2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고 항소한 상태다. 또한 권 씨는 병원과의 소송 중에 자신이 일상생활을 하는 모습이 병원측에 의해 몰래 촬영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병원측은 권 씨와 비슷한 신체조건을 가진 남성이 달리기를 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증거자료로 경찰에 제출하며 권 씨가 거액의 보상금을 받아내려고 가짜 환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문단의 구영신 변호사는 병원을 상대로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을 적극 고려해야 하고 권 씨의 집 인근에서 사진 촬영을 했다면 그것도 초상권 및 사생활 침해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재판에서 따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영진 원장은 의사로서 ‘장경인대증후군’ 진단을 받아 호전되고 있는 환자에게 수술을 권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라며 현재 권 씨의 억울한 사연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치료가 무엇인지 잘 따져보고 그것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물론 일부이지만 최근 대형병원이나 네트워크병원의 의료사고 대응방식이 소송 남용으로 환자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현재 해당 병원도 할 수 있는 법률적 대응이란 대응은 다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만일 권 씨의 샤우팅 내용이 진실이라면 환자단체연합회도 의료적, 법률적 검토를 한 후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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