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수검사 받다가 사망 '재윤이 사건' 원인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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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검사 받다가 사망 '재윤이 사건' 원인 밝혀라"
  • 이광열 기자
  • 승인 2018.08.1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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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환자단체 기자회견...병원 측에 진심어린 사과 요구도

지난해 11월 한 대학병원에서 백혈병 재발이 의심돼 골수검사를 받다가 사망한 6살 어린이 사망사건이 의료사고라는 주장이 유족과 환자단로부터 제기됐다. 이들은 사망원인을 명백히 밝히고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해당 의료기관 측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에는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고 김재윤 어린이 유족과 한국환자단체연협회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회견문에 따르면 2012년 2월 27일 태어나 3살 때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후 3년 동안 66회 입원치료를 받아 온 6살 김재윤 어린이는 한 대학병원에서 골수검사를 받다가 2017년 11월 30일 사망했다. 환자단체 설명에 의하면 원인은 충격적이다.

재윤이는 전날인 같은 해 11월 29일 백혈병 재발이 의심된다는 진단에 따라 골수검사를 받게 됐다. 그런데 산소·응급키트 등 응급상황에 대비한 아무런 준비가 없는 일반 주사실에서 호흡 억제와 심정지 발생 부작용이 있는 수면진정제(케타민, 미다졸람)을 과다하게 투약받은 상태에서 골수검사를 받았다. 이 검사가 끝났을 때 재윤이의 심장은 이미 멈춰 있었고, 의료진 응급처치마저 늦어 다음날 결국 사망했다는 것이다.

환자단체는 재윤이 사건은 4가지 이유에서 ‘예방가능한 환자안전사고’라고 주장했다.

우선 재윤이는 골수검사를 시행할 때 38.5℃ 고열 상태였다. 골수검사는 응급검사가 아닌 만큼 해열제와 항생제로 열을 떨어뜨린 후 진행할 수도 있었는데 의료진은 왜 무리하게 골수검사를 강행했을까. 열을 떨어뜨리는 며칠 동안 암세포가 일부 증가한다고 해도 생명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

‘대한소아마취학회의 소아진정 가이드라인’을 보면 열을 동반한 상기도 감염이 있을 때는 수면진정제 투여를 4주 후로 연기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상기도 감염 때 기도분비물이 증가해 미다졸람의 부작용인 호흡억제를 더욱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입원 당일 시행한 바이러스검사에서 코감기 바이러스인 ‘리노바이러스’가 골수검사 시행 30분 전에 검출됐다. 그런데도 골수검사를 응급처치 장비가 구비된 처치실이 아닌 일반 주사실에서 긴급하게 강행하기도 했다.

재윤이는 골수검사를 받던 당일 열이 나고 전신 쇠약감을 호소했다. 만 3년 동안 항암치료를 이어왔고 여러 가지 약물 부작용으로 당시에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런 재윤이에게 골수검사를 시행했던 레지던트 1년차는 당시 만 5세 소아인 재윤이에게 수면 진정제인 미다졸람 2mg과 강력한 중추신경계 억제제인 케타민 10mg을 정맥 내로 병용 투여 했고, 2분 후에도 재윤이가 깊은 진정을 보이지 않자 추가로 미다졸람 2mg을 더 주사했다.

당시 고열과 전신 쇠약감을 보이는 재윤이에게 미다졸람 4mg과 케타민 10mg은 과용량으로 미다졸람과 케타민의 대표적 주요 부작용인 호흡 억제와 심정지가 발현될 위험성을 그만큼 높였다.

담당교수가 재윤이 골수검사 결과를 입원 당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면 골수검사를 시행하는 의료진은 6살 어린이인 재윤이의 안전도 생각해야 했다. 수면진정제를 고용량으로 처방하고 투여했다면 약물의 부작용으로 인한 응급상황에 미리 대비하고 검사를 진행하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산소와 응급키트 등 응급상황에 대비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골수검사를 진행해 검사 도중 무호흡과 심정지가 발생했는데도 응급처치가 늦어져 재윤이는 저산소증에 오래 노출돼 뇌손상을 입었고 결국 사망으로 이어졌다.

환자단체는 이런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망사건은 ‘전형적인 예방가능한 환자안전사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8개월이 경과한 현재까지도 해당 대학병원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자율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까지 보고된 환자안전사고와 관련해 총 9건의 주의경보를 발령했지만 재윤이 환자안전사고 관련한 내용은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 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유족이 올해 6월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자율보고를 했고, 보건복지부는 보고된 재윤이 관련 환자안전사고 내용을 분석해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올해 2월 27일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중대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의 장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게을리 한 의료기관의 장 또는 그 신고를 방해한 자에 대하여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환자안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현재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중대한 환자안전사고는 사망, 영구적인 신체적 및 정신적 장애, 일정기간 이상의 의식불명 등을 의미한다.

재윤이 유족은 지난 7월 19일부터 오는 8월 18일까지 한 달간 “재윤이 죽음의 원인 규명과 사고 재발 방지를 호소합니다.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310965)도 진행하고 있다.

재윤이 유족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윤이 의료사고 사망사건에 대해 해당 대학병원은 질병사가 아닌 사고사라는 것을 인정하고 사고원인을 밝혀라 ▲여섯 살까지 밖에 살지 못한 재윤이의 죽음은 너무나 억울하고 비통하다. 해당 대학병원 책임자와 의료진은 재윤이의 죽음 앞에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라 ▲국회는 재윤이 의료사고 사망사건처럼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일명, 적신호사건)에 대해 의료기관의 장이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의무보고 하도록 만드는 제도를 내용으로 하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대표발의 환자안전법 개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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