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균요법학회 "복지부 항생제 전담부서 설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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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균요법학회 "복지부 항생제 전담부서 설치 필요"
  • 홍지연 기자
  • 승인 2018.11.14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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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항생제 적정성평가에서 급성상기도감염(감기) 항생제 처방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보여지는 현상에 불과했다. 감기 항생제 처방이 줄어든 수치만큼 급성하기도감염 처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의사들이 적정성 평가를 감안해 감기에 항생제를 처방하고 상병코드를 급성하기도감염으로 기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대한항균요법학회(회장 김성민)는 13일 오후 ‘2018 항생제 내성 예방주간 전문가 포럼’을 CCMM빌딩(12층, 컨벤션홀)에서 열고 이 같이 진단했다. 이어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의사만 통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보건복지부 산하에 ‘항생제 전담관리부서’ 설치 필요성을 제안했다. 분과별 발표내용은 이렇다.

항생제 관리 분과= 항생제 스튜어드십(적정 항생제 사용을 유도하는 프로그램) 개선과 확대 필요성을 제시했다. 우리나라는 하루 1,000명당 34.8명(OECD 평균 21.1명)이 항생제를 처방 받고 있다. 국내 총 항생제 처방량은 2002년 하루 1,000명당 15.9명 (DDD: defined daily dose)에서 2013년 24.2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항생제 오남용은 항생제 내성균 출현을 초래할 수 있어서 복지부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발표했는데, 2020년까지 감기에 처방되는 항생제 50%, 전체 항생제 사용 20% 줄이는 걸 목표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심사평가원은 급성상기도감염(감기)에 대한 병원별 항생제 처방률을 2006년부터 공개했는데, 그 결과 처방률이 2006년 49.5%에서 2016년 35.6%로 줄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급성하기도감염’ 처방률이 21.7%에서 35.8%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개정책이 전체 호흡기질환의 항생제 처방을 줄이지 못하고, 공개되는 상병명만 의사들이 회피한 것이라고 분과는 평가했다.

결국 항생제 사용의 적절성은 보험청구상병을 기반으로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대한감염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는 질병관리본부와 협력해 올해 전국 20개 병원의 임상정보를 기반으로 ‘항생제 처방 적정성 평가 사업’을 진행 중이다.

분과는 항생제 사용량 감소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며 보건복지부 산하 ‘항생제 전담관리부서’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일본의 경우 전문가를 중심으로 ‘항생제 내성 임상 표준센터(AMR Clinical Reference Center)’를 조직해 연간 약 27억원의 예산으로 항생제 사용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항생제 적정 사용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영국 보건국은 적정 항생제 사용 교육 프로그램과 처방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항생제 사용량을 줄인 의원에 인센티브를 지급해 국가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구체적으로 2014-2015년 사이 처방률은 의원급 4.3%, 병원급 5.8%로 각각 줄었다.

분과는 또 국내 의료기관의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위한 전문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 병원의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은 감염내과 전문의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 대개 병원당 1~2명으로 숫자가 충분하지 못하고 감염병 환자 진료, 타과 발열질환 자문, 병원감염관리 업무 등 업무를 겸직하고 있어서 스튜어드십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라서 항생제 스튜어드십을 지원할 수 있는 전문인력(감염병, 약제, 미생물, 의료정보 전문가)을 국가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내성균 관리 분과=현재 급성기 중증환자를 진료하는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이 가시화 된 다제내성균 환자의 치료와감염관리로 씨름을 하고 있다면 내성균 확산의 중요한 장기적 거점이 되는 중소병원이나 장기요양병원은 내성균 보균의 현황조차 파악하고 대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역학 조사 결과를 보면 내성균은 광범위하게 확산돼 토착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분과는 따라서 일차의료기관, 중소병원 장기요양병원의 감염관리를 위한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다제내성균 감시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감시에 필요한 배양검사와 유전자 검사(PCR: Polymerase Chain Reaction)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충분한 격리실 운영을 위한 건강보험 급여가 현실화돼야 한다고도 했다. 또 다제내성균 보균 환자 정보를 의료기관이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다제내성균 보균 환자의 전원이나 이송과정에서 선별적인 격리와 지속적인 감염관리를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분과는 이와 함게 기존의 급성기 중증환자 진료를 하는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에도 내성균 환자 감염관리를 위한 시설 개선과 인력 확충이 시급하며, 다인실 정책의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의 다인실 정책은 적은 자원과 인력으로 효율적인 진료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됐지만 다제내성균이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위험인자가 된 오늘날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헬스(One-health) 분과=범부처간 통합적 인프라 구축 필요 성을 제기했다.

원헬스 항생제 내성균 사업은 항생제 내성 문제가 사람-동물-환경 전체의 문제라는 이해를 기반으로 항생제 사용량 조사와 사람-동물-환경 간 내성기전과 전파 규명을 위한 R&D 사업으로, 5개 부처(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가 참여하는 다부처 공동기획사업이다. 과기정통부 국가과학심의위원회(다부처특위)로부터 예산심의를 통과했고 2019년부터 본격 시행된다.

분과는 항생제 내성균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람-동물-환경 전체를 대상으로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고 내성균 확산을 방지하는 원헬스 개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가령 가축의 성장촉진을 위한 항생제 사료첨가제 사용량 줄이기 정책을 통해 국내 사료첨가제 항생제 사용량이 2007년의 1,500톤에서 2016년에는 1,000톤 이하로 감소하는 성과를 거둔 건 원헬스 접근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헬스 항생제 내성균 사업은 예산, 운영체계, 조직, 인력을 포함하는 범부처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한데, 현재 보건복지부만이 1개과(질병관리본부 약제내성과)를 배치하고 있고, 다른 부처에서는 연구직 1~2명만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므로 대대적인 보강과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항균요법학회 김성민 회장(인제대 해운대백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우리나라는 항생제 내성률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높은데,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항생제를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도록 의료인과 일반인 대상 교육을 통해 항생제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한편, 철저한 개인 위생을 통해 내성균 전파 차단을 독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비단 의료계 뿐만 아니라 농축수산, 식품, 환경 분야를 포괄해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내성균 확산을 방지할 수 있도록 상호 협력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영국 국가항생제 내성 대책위원회(Review on Antimicrobial Resistance, AMR) 보고서는 항생제 내성 확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오는 2050년에는 연간 1,000만명에 이르는 감염병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2차세계대전 때 연간 희생자 수와 맞먹는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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