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영리화 시발점...ICT 규제샌드박스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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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의료영리화 시발점...ICT 규제샌드박스 철회해야"
  • 이광열 기자
  • 승인 2019.02.19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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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 논란 확산

시민사회단체에 이어 의사단체도 정부가 발표한 ICT 규제샌드박스가 의료영리화이 시발점이라며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18일 성명을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제1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ICT분야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관리서비스’를 조건부 실증특례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기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 심장관리서비스’는 의료기기업체 휴이노와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이 실증특례 신청해 채택됐다. 의사가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착용한 심장질환자로부터 전송받은 심전도 데이터를 활용해 내원 안내 또는 1․2차 의료기관으로 전원 안내까지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는 곧 의사-환자간의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의사협회는 주장했다.

이어 “복지부는 이번 서비스가 단순히 의사가 의학적 판단과 소견을 환자에게 전달하지 않고 병원 내원과 타 병원 등으로 안내만 하는 것이라며 원격의료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의사가 심전도를 판독하고 의사-환자 간에 병원 내원여부를 결정, 안내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소견이 바탕이 돼야만 가능한 원격의료”라고 했다.

환자가 본인의 병원 내원 요청 사유에 대한 문의나 설명을 요구할 것이고, 이에 대한 의학적 판단과 설명이 반드시 필요할텐데도 이런 과정과 의학적 소견도 없이 기계적으로 전원 안내만 하겠다고 해명하는 게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무부처에서 나올 수 있는 발언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의사협회는 또 “복지부는 심장환자의 심전도 데이터를 의사가 24시간 모니터링하지 않고 축적된 데이터를 일주일에 한번 확인해 단순 내원 안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는 기기 사용에 따른 심전도 체크가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이에 대한 본인 상태 정보를 의사가 인지하고 안내를 해줄 것이라 판단하게 될 소지가 높다”고 했다.

가령 흉통 등이 발생한 환자 입장에서 즉각적인 의사의 조치가 없기 때문에 건강상의 문제가 없다고 인식할 수 있으나, 진단과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의사협회는 설명했다. 또 기기의 단순오류로 발생하는 환자사고에 대해서는 모든 위험을 환자가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은 누가질 것이지 의문의라고 했다.

의사협회는 “결국 환자는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결과만 초래될 것”이라고 했다.

의사협회는 아울러 “정부가 이 장치를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 인증을 받도록 조건을 부여했다. 아직 허가나 인증도 받지 않은 의료기기를 추후 인증 받는다는 전제 하에 허용한다는 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고려치 않고 민간기업의 이익만을 우선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안전성과 유효성 등에 대한 검증이 안된 기기를 환자가 25만원 내외의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환자의 심전도 데이터 정보의 보관과 전송, 관리에 있어 해당 의료기기 업체가 개인 질병과 신체 정보 등을 집적,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건 국민에게 비용 부담만 가중시키고, 민간기업의 이익만을 극대화시키는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또 “이같은 방식으로 환자 정보를 수집한 민간업체가 사업 범위 외적으로까지 환자 정보를 이용해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보험 등 다른 의료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의료영리화 등 의료시장의 왜곡을 일으켜 많은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최근 제주녹지병원 사태를 시작으로 의료민영화에 대한 사회적 우려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민간 기업체가 환자정보를 바탕으로 원격의료와 질병관리서비스 등으로 확대 추진하는 건 의료민영화를 위한 단초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의료시장의 거대 민간자본 유입으로 의료체계의 왜곡 뿐 아니라 국민 건강과 안전시스템마저 붕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결정과정에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논의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심의위원회 구성을 보면 정부가 실질적인 논의과정에 철저히 의료계를 배제해 심장질환자에 대한 의학적 판단과 서비스의 의료적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정책결정 과정은 의학적 안전성뿐 아니라 국민 건강을 도외시한 채 결정될 수밖에 없으며, 사실상 의료를 민영화, 상업화로 가기 위한 과거 정부 행태와 똑같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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