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해철 씨 의료사고 감정 의료분쟁원에도 해야"
상태바
"고 신해철 씨 의료사고 감정 의료분쟁원에도 해야"
  • 이광열 기자
  • 승인 2014.11.10 14: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고 신해철 씨 유족은 경찰이 의료사고 감정촉탁을 의사협회 뿐만 아니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도 하도록 강력히 요구하십시오.

고 신해철 씨 사망사건은 우리나라에서 의료사고 개연성이 있는 환자 사망사건이 발생했을 때 유족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경찰은 어떻게 수사해야 하는지 시청각적으로 보여주었다. 신해철 씨 유족은 장례를 잠시 미루고 형사고소와 함께 부검의뢰를 했고 병원에서 의무기록지를 신속히 확보했다. 경찰은 증거인멸을 우려해 신속하게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병원을 압수수색했다.

의무기록지 발행은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에게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어서 신속한 확보가 가능하나 CCTV나 수술영상 등은 진실규명에 중요한 증거이지만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하지 않는 이상 확보할 수 없다. 문제는 법원의 증거보전절차를 거치게 되면 신속하게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없고 그 사이 병원은 불리한 증거자료들을 폐기하거나 위ㆍ변조한다.

따라서 형사사건에서 실체진실 발견을 위해 경찰은 병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신속히 시행해 주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신해철 씨 유족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을 때 어느 누구도 병원을 대상으로 그렇게 신속하게 경찰이 압수수색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형사고소를 했다고 해서 경찰이 병원을 압수수색한 전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의료사고 피해자가 경찰에 형사고소를 하면 수사관은 고소인과 피의자인 의료인을 차례로 불러 진술을 듣고 그 다음에 의사협회에 감정촉탁해 받은 결과로 대부분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하는 것이 공식화된 관행이었다. 수사관들은 “자신들은 의료에 비전문가라서 의사협회 감정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문제는 형사사건 감정결과는 민사소송과 달리 동료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고 감정하는 의료인에 대한 외부 감시기능이 전혀 없기 때문에 “가재는 게편”이듯이 의료인은 동료 의료인에게 불리한 감정을 하기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의료사고 형사사건은 다른 영역의 형사사건에 비해 검사의 기소율이 매우 낮다. 형사고소 경험이 있는 대부분의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경찰이 의사협회에 감정촉탁해 받은 감정결과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의사협회 감정결과는 검사의 기소여부 및 판사의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상당수가 의료인에게 유리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사고 개연성 있는 사망사건에 대한 경찰수사의 전문성을 높이려면 경찰청에 “의료사고 수사전담반”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011년 중견 배우 박주아 씨는 신우암으로 로봇수술을 받다가 십이지장에 2.5cm 천공이 발생하는 의료사고를 당했다. 박주아 씨는 4월 18일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총 8시간에 걸쳐 신우암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직후부터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진통제 처방을 받다가 수술 종료 후 25시간이 지난 다음날 19일 오후 4시경이 되어서야 CT검사를 통해 천공사실을 발견했다. 문제는 500원짜리 동전크기의 천공으로 심각한 복막염이 발생했고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었지만 수술실과 마취과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응급수술은 5시간이나 지연되어 오후 9시가 되어서야 이뤄졌다.

박주아 씨는 이와 같이 로봇수술 중에 발생한 십이지장 천공 진단 및 응급수술이 지연되어 중환자실에서 한번도 깨어나지 못하고 한달만에 세상을 떠났다. 박주아 씨 유족은 장례 후 의무기록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의료사고 개연성을 인지하였고 2011년 7월 4일 환자단체연합회와 함께 의료진들을 형사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1년 6개월만인 2012년 12월 27일 의사협회 감정결과를 토대로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박주아 씨 사망사건과 신해철 씨 사망사건은 유사한 점이 많다. 배우 박주아 씨와 가수 신해철 씨 모두 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예술인이다. 일반적인 개복수술이 아닌 박주아씨는 로봇수술을 받았고, 신해철 씨는 복강경수술을 받았다. 박주아 씨는 장유착이 심해 로봇수술 중에 천공이 발생했고, 신해철 씨는 장유착을 박리하는 복강경수술 중에 천공이 발생했다. 장유착이 심할 때는 개복수술에 비해 로봇수술이나 복강경수술은 천공 발생율이 높다.

다른 점도 몇 가지 있다. 첫째 신해철 씨는 부검을 했지만 박주아 씨는 부검을 하지 않았다. 둘째, 유족의 형사고소시 경찰이 신해철 씨는 신속히 압수수색을 했지만 박주아 씨는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셋째, 천공의 크기가 신해철 씨는 심낭 0.3cm, 소장 1cm이지만 박주아 씨는 십이지장 2.5cm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박주아 씨가 로봇수술 중 장유착이 심해 십이지장에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2.5cm 천공이 발생해 사망했지만 검사는 의료인들에게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했다는 것이다. 신해철 씨는 장유착 박리 복강경수술을 받던 중 박주아 씨 천공보다 훨씬 작은 심낭 0.3cm, 소장 1cm 천공이 발생했다. 박주아 씨 선례를 참조하면 검사는 신해철 씨 경우에도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신해철 씨 의료사고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료감정 결과가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환자단체들은 박주아 씨 십이지장 천공 사망사건 관련 형사고소 및 검사의 무혐의 불기소처분 경험을 토대로 신해철 씨 의료사고 사망사건의 진실 규명이 제대로 되려면 경찰이 감정촉탁을 의사들로만 구성된 대한의사협회뿐만 아니라 의사 2인이 의료 감정을 하고 의료전문변호사, 현직 검사, 시민사회ㆍ소비자ㆍ환자단체의 소비자권익위원 3인이 검증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디 신해철 씨 유족은 경찰이 의료사고 감정촉탁을 의사협회 이외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도 하도록 강력히 요구해 주기 바란다.

2014년 11월 10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다발성골수종환우회,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 암시민연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