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기금화하면 보장성 확대 저해?...논리적 근거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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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기금화하면 보장성 확대 저해?...논리적 근거 미흡"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3.08.02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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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산정책처, 2022회계연도 결산분석 보고서 통해 지적
"재정운영 투명성 제고·국회 민주적 통계 강화 방안 필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재정건정성 확보는 건강보험 재정 운영의 전제이자 목표라면서 건강보험을 기금화할 경우 보장성 확대가 저해된다는 비판은 논리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국회 소속기관의 주장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공개한 '2022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서 이 같이 언급했다.

1일 관련 보고서를 보면, 국회예산정책처는 "건강보험이  국가재정 외로 운영되고 있고, 건강보험 재정운용과 관련한 의사결정이 보건복지부 중심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재정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인 통합재정 확립을 저해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총지출 및 복지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과소 추계되는 등 재정 파악을  곤란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따라서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의 특성과 여건, 건강보험 재정 통제 기능의 부재 문제 등을 고려해 건강보험 기금화를 비롯한 건강보험 지출·수입 등 재정 운영에 대한 투명성 제고 및 국회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와 관련 기금화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부정적 입장을 소개하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정리한 보건복지부 입장은 크게 3가지다. 먼저 건강보험 재정에 관한 문제는 현재 직접 당사자인 가입자·공급자가 보험료·수가 등 주요 사항을 함께 결정하고 있는데, 기금으로 운영할 경우 이해당사자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치적 쟁점화가 우려되는 등 건강보험제도 운영에 대한 행정적·정치적 부담이 증가하는 측면이 있다.

또 건강보험은 매년도 수지균형을 목표로 하는 단기보험으로 여유자금이 조성되기 어려워 기금화 실익이 적은 반면, 단기적 변동성이 큰 의료비지출의 특성상 다른 사회보험에 비해 신축적인 재정운용 필요성이 높다.

아울러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이 전반적인 국가재정의 틀 속에서 논의될 경우, 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보장성 강화를 위한 예산 확보가 쉽지 않아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예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하므로 단기보험으로서 특성에 대해서는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국회 정치적  쟁점화는 기본적으로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하는 것으로 오히려 현재의 의사결정구조는 정부의 재량범위가 과다해 여야간 충분한 논의 없이 오히려 단기적인 정치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또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와 재정건전성 확보는 건강보험 재정 운영의 전제이자 목표로 건강보험을 기금화할 경우 보장성 확대가 저해된다는 비판은 논리적인 근거가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오히려 "건강보험 기금화 시 여타 사회보험과 마찬가지로 매년 자산운용 체계, 자산운용 정책, 자산운용 위험 및 성과관리 등에 관한 기금운용평가를 통해 보다 엄밀한 재정관리가 가능해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2년 7월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에 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인용해 보건복지부의 재정운영 방식을 문제삼기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건강보험 재정 투입과 관련된 주요 안건들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 상 규정된 절차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 없이 별도의 자문회의 등만을 거쳐 보건복지부가 주도적으로 결정함에 따라 건강보험 가입자의 의결권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초음파·MRI 검사 등에 대한 급여화 추진에 따라 발생하는 의료계의 손실보상 규모 산정 관련 심의 시 보건복지부가 의료계의 수익 감소분만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하는 등 안건 심의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되는 등 현재와 같은 거버넌스 체계 하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운용 및 관리에 관한 통제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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