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오리무중...노바티스 '원샷' 3형제 중 럭스터나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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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오리무중...노바티스 '원샷' 3형제 중 럭스터나만 왜?
  • 최은택 기자
  • 승인 2023.08.18 0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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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리아-졸겐스마, 국내 허가 1년 1~2개월만에 신속 등재
막내만 장기 표류 중...3월 약평위 거부 후 진척 없어

유전성 망막질환 치료에 쓰이는 한국노바티스의 럭스터나주(보레티진네파보벡)가 국내 사용허가 후 만 2년이 다 되도록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급여평가 단계에서 장기 표류하고 있다.

이 약제는 환자가 평생 한번만 투약받으면 되는 이른바 '원샷' 치료제다. 같은 회사의 '원샷' 치료제인 B세포 급성 림프성 백혈병(ALL) 및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치료제 킴리아주(티사젠렉류셀)와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주(오나셈노진 아베파르보벡)가 시판 허가 후 급여 적용까지 비교적 짧은 각각 1년 1개월과 1년 2개월이 소요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이다.

'원샷'이라는 획기성도 그렇고, 환자입장에서는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약제가 없는 꼭 필요한 약제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은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걸까.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심사평가원 등에 따르면 노바티스 '원샷' 3형제는 모두 2021년에 국내에 순차적으로 도입됐다. 킴리아주 3월3일, 졸겐스마주 5월28일, 럭스터나주 9월9일 순이다.

이들 약제는 모두 '원샷'이라는 특징 때문인지 가격이 매우 비싼 이른바 '초고가'다. 그런데도 여론의 관심에 힘입어 킴리아주는 국내허가 1년 1개월만이 2022년 4월, 졸겐스마주는 1년 2개월만인 같은 해 8월 약제목록에 등재됐다. 정부와 보험당국이 원샷치료제에 적용할 성과평가 방법과 위험분담 유형 등을 노바티스 측과 협상하면서 속도를 낸 결과였고, 당연히 환자들에겐 희소식이었다.

백혈병환우회는 "생명연장 뿐 아니라 완치 희망을 갖게 됐다"며, 킴리아주 급여등재를 반겼다. 
졸겐스마주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환영 입장을 내고 "그간 척수성 근위축증으로 힘들어하시던 국민께 큰 힘이 될 것 같아 매우 기쁘다. 초고가 치료제임에도 불구하고 척수성근위축증으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을 위해 노력한 보건복지부·건보공단·심사평가원에 감사한다"고 했다.

최 의원은 그러면서 "중증·희귀난치질환임에도 치료제가 고가라는 이유로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못한 질병들이 많다. 치료제가 있는데 돈이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게 하는 대한민국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도 돈보다 생명이 먼저임을 실천하기 위한 의정활동을 펼치겠다"는 다짐도 내놨다.

복지부는 졸겐스마주 등재 이후 1회 투여에 20억원이 드는 치료제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며, 정부의 중증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개선 노력의 증거물로 자주 거론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유전성망막질환(IRD) 치료에 쓰이는 '원샷' 유전자치료제 럭스터나주만 3형제 중 유일하게 급여등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럭스터나주는 이중대립유전자성(biallelic) RPE65 돌연변이에 의한 유전성 망막 스트로피(Inherited retinal dystrophy) 치료에 쓰도록 허가된 약제다.

어려운 말인데, 의약전문언론 데일리팜 보도에 따르면 RPE65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IRD는 눈에 들어온 시각 정보를 신경 신호로 변환하고 뇌로 전달하는 망막 내 시각 회로(visual cycle)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구체적으로는 시각 회로에 필수적인 RPE65 단백질이 감소해 망막세포가 파괴되면서 시야가 점차 좁아지다가 결국 실명에까지 이르게 된다. 다시 말해 실명을 야기하는 중한 질환에 해당하고, 이 돌연변이에 대한 치료제는 럭스터나주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명과 직결된 약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뒷전으로 밀려도 되는 약제도 아닌 것이다. 한국노바티스 측이 추계한 국내 투여대상 환자 수는 50명 내외. 눈을 잃느냐 살리느냐, 갈림길에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럭스터나주가 뒷전에 밀린 이유 중 하나가 재정부담일까?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킴리아주 투여 예상환자 수는 200명 내외, 표시가격 기준으로 연간 709억원의 재정이 소요된다. 졸겐스마주의 경우 예상투여환자와 스핀라자에서 넘어올 이른바 '스위치 환자' 각 7명 씩 14명이 예상환자 수이고, 소요재정은 역시 표시가 기준 약 270억원이다.

럭스터나주의 경우 국내에서 약가를 참조하는 이른바 'A8국'에 모두 등재돼 있다. 흔히 '원샷' 투약비용이 11억원 수준(현 환율 반영)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미국 가격기준이고, 이태리와 프랑스는 표시가격 기준으로 각각 약 10억원과 약 8억원으로 이 보다 조금 싸다.

소문에 의하면 한국노바티스 측은 국내 보험등재 가격을 프랑스보다도 훨씬 낮게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와 동일한 표시가로 신청했다고 해도 예상환자 수 50명을 고려하면 재정소요액은 400억원 규모다. 위험분담계약을 통한 실제비용은 이 보다 훨씬 낮을 수 있다.

주목할 건 RPE65 돌연변이는 발생률이 매우 낮아서 국내에서 새로 진단되는 환자, 이른바 '신환환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급여 등재 후 초기에 건보재정 부담이 클 수 있지만 급여 이후 유병환자를 치료하면 거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명의 위기에서 고통받는 환자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뒷전에 밀린 유일한 치료제. 럭스터나주가 처한 지금의 현실이다.

럭스터나주는 올해 3월 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올라갔지만 비급여로 심의를 마쳤다. 한국노바티스 측은 올해 3월23일 발표된 국내 연구결과(RPE 65-IRD Consensus paper, 저자 변석호 교수/신촌세브란스병원)를 토대로 같은 달 다시 급여 등재신청을 접수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4개월하고도 보름이 지나는 동안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는 민감한 사항인지, 심사평가원 측이나 한국노바티스 측 모두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RP협회 최정남 회장(실명퇴치운동본부)은 지난해 11월 뉴스더보이스에 보낸 서면의견에서 "유전성 망막 질환은 선천적으로 유전자 이상이 생겨 시력 상실, 시야 협착 등 각종 시각 장애를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많은 환자들을 실명으로 이끄는 질환이다. 특히 실명으로 악화되기 전에 시기능을 개선시킬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유전성 망막 질환으로 인한 증상 악화는 20대 이후에 더욱 빠르게 진행되는만큼 치료가 시급하다. 눈 앞에 해결책이 있는데 환자들이 감당할 수 없는 높은 치료 비용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쳐 실명하거나 일상을 포기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뉴스더보이스도, 환자들도 궁금한 것이다. 럭스터나주는 왜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것인지. 그게 아니라면 표류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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