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랭응집소병, 약제는 나왔는데 제도가 접근성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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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랭응집소병, 약제는 나왔는데 제도가 접근성 막아"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3.09.1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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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호 교수 "치료제가 환자 삶 자체 바꾸고  합병증 발생도 낮춰"
환자단체 "급여 위해 환자들 인권위 찾지 않도록 해야"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극소수에 불과해 극희귀질환으로 분류된 한랭응집소병의 치료제 접근성을 논하는 자리에서 관련 제도가 오히려 의약품 접근성을 막고 있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건강보험 허들에 걸린 희귀난치성질환 치료제들' 토론회에서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한랭응집소병은 질병코드도 없고 (급여) 트랙을 따라가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약제는 이미 나와있는 상황"이라며 이 같이 지적했다. 

장 교수는 "한랭응집소병은 암이 아닌 양성 질환임에도 환자 10명 중 4명은 사망하고 환자들의 삶은 암환자들이 경험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피로감을 느낀다"면서 "빈혈과 극심한 피로감 때문에 환자들은 직장 생활도, 사회생활도 할 수 없고 이로인해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한랭응집소병은 정상 체온 미만인 환경에 환자가 있을 때 한랭항체가 적혈구를 응집시켜 용혈을 일으키는 질환이다.용혈이 생기면 빈혈과 황달, 말단청색증, 극심한 피로,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장 교수는 "한랭응집소병 환자 232명 대상 후향적 연구에 따르면 환자 중 64%가 중등도 이상의 빈혈에 시달린다"면서 "환자들은 일시적으로라도 빈혈을 완화하기 위해 반복적인 수혈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랭응집소병 환자의 35%는 진단 후 5년 이내 사망한다. 요즘 암 환자들도 10년 넘게 생존한다"면서 "사망의 원인 중 하나가 혈전색전증"이라고 밝혔다. 

이어 "환자는 암에 걸린 것 보다 괴로운데 아무도 이 병을 알아주지 사람도 없고, 환자 단체도 없고, 이야기를 나눌 곳도 없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환자들은 추위를 피하고 엽산을 복용하고, 수혈을 받는 것 외에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최근에야 한랭응집소병 치료제가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질병코드도 없어 이 문제부터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랭응집소병 치료제인 엔제이모(성분 수팀리맙)는 지난 7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상태로 현재 급여 진입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장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장 교수는 "이 약제를 맞으면 조금 좋아지는 것이 아니고 환자의 삶 자체가 바뀌고 합병증이 거의 발생을 하지 않는다"면서 "급여 과정에서 신경섬유종치료제는 약평위를 통과해 95미터 정도 온 것 같다. 그래서 희망이라도 있는데 엔제이모는 이제 출반선에 서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이 너무 힘들어서 본업을 하지도 못한다. 이런 환자들은 국가 보호해 줘야 한다"면서 "약제가 비싸서 급여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빨리 급여를 받아서 환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권위' 문 두드린 글리벡 행보 뒤따르는 약제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글리벡이 나왔을 때 백혈병환우회는 제약사에 읍소하고 정부에 호소하고 인권위를 찾아 문을 두드렸다"면서 "지금 급여 전에 있는 희귀약제들이 글리벡과 같은 행보를 밟고 있어 제도적으로 무엇이 나아진 것인지를 뒤돌아 보게 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과거 백혈병환자들은 조혈모이식을 할 때 각각 다른 두 기관에 의뢰를 했지만 지금은 혈액원 한 곳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면서 "급여등재과정이나 질병코드 지정을 달리 다루지 않고 동행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료제 급여를 위해 환자들을 인권위에 찾아가게 하는 현실은 가혹하다"면서 "정부 당국과 제도가 우선적으로 환자를 중심에 두고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진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 은 "대한민국에서 환자와 환자 가족으로 사는 것이 힘든 일임을 최근 몇 년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면서 "희귀질환은 대부분 약제가 고가다. 정부의 지원이 아니고서는 환자가 달리 치료할 수 없는 현실을 봐 달라"고 말했다. 

최은택 뉴스더보이스 편집국장은 "희귀의약품은 가격이 너무 비싸 급여 진입할 때 대체치료법과 비교해 경제성을 낮추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그러다 보니 경평면제라는 통로를 통하지 않으면 등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국장은 "코셀루고는 다행히 9월 약평위를 통과해 9부 능선을 넘었지만 엔제이모는 질병코드 부여부터 시작해야 하는 입장"이라면서 "한랭응집소병은 질병코드 부여도 되지 않았다. 질병코드 부여를 에외적으로 인정하는 V코드 적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희귀의약품과 희귀질환을 나눠 산정특례 적용을 하는 것부터 하나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힌랭응집소병은 환자가 100명 정도다. 환자 수 200명 이하인 약제는 경평면제를 열어주는 방안을 고려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한다"고 말했다. 

김국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약등재부 부장은 "코셀루고는 약평위 심의 3차례 논의 끝에 급여가 인정됐다"면서 "후속단계도 빠르게 진행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희귀질환이 아니라고 해서 경평생략 대상이 안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환자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알고 있는 상황이고 논의된 부분을 실무적으로 검토해서 조속히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우미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 사무관
조우미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 사무관

조우미 질병관리청 희귀질환관리과 사무관은 "한랭응집소병을 포함해 희귀질환 지정 심의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지정된 희귀질환 재심의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절차도 개편, 시행 중에 있다"면서 "희귀질환 치료제 접근성 강화라는 목적을 두고 지원을 강구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하림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올해부터 암, 희귀질환 치료제로 기대 여명이 1년 미만으로 대체 약제가 없고, 개선 효과가 충분한 약재에 대해 식약처 허가 신청과 동시에 심평원 급여 평가 및 공단의 약가 신청을 함께 진행해 등재 소요 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사업을 시범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단체, 의료계, 언론계, 국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면서 "특히 제약사에서도 국민 건강을 지키는 파트너로서 일정 부분 위험을 분담해 주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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