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1형 당뇨' 지연 전략, 우리의 현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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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드는 '1형 당뇨' 지연 전략, 우리의 현재는?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4.03.26 0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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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지엘드, 의료계·환우회 국내 도입 필요성 제기 
김재현 교수, "조기 질병 진행 지연 치료 전략 도입할 때"
김미영 대표 "1형 당뇨, 발병 늦출 수만 있다면 자비로 부담 감당"

"1형 당뇨 발병을 1~2년 만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약제의 비용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그 만큼 환자의 삶의 질과 직결된 약제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 환우회 대표 

제1형 당뇨병의 발병을 지연시켜 주는 티지엘드(성분 테플리주맙)가 지난 2022년 11월 30일 FDA로부터 승인을 얻으며 전세계 최초 자가면역질환 지연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질병의 진단 이전 선제적으로 지연제를 투여해 해당 질환의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티지엘드의 등장은 전세계 제약산업의 커다란 업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다만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던 티지엘드의 존재는 유독 한국시장에서 잠잠했다. 킴리아, 졸겐스마 등 수십억원대를 넘는 초고약제가 급여권에 진입하던 시기였지만, 질환을 타겟하는 직접적인 치료제가 아닌데다, 증상의 지연을 위해 연간 투여 비용이 2억원에 달하는 등 적잖은 숙제들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티지엘드는 1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또 환자들에게 주목받는 약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는 1형당뇨병에 관련된 요양비 청구 문제에서부터 인슐린 펌프 공급 문제, 태안 1형 가족 사건 등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1형 당뇨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재현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1형 당뇨병은 비가역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1형 당뇨병의 임상적 발현과 질병 진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2기에 1형 당뇨병과 관련되는 자가 항체 검사를 실시한다면 질병 진행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1형 당뇨병으로 진행 위험성을 확인하고 적절한 약물로 1형 당뇨병 발병을 지연시킬 수 있다면, 지연되는 기간만큼 인슐린 투약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혈당의 상승으로 인해 혈관이나 신경 및 다른 장기 시스템에 가해지는 부담까지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1형 당뇨, 초기 병기에 따라 질병 지연 가능

미국내분비학회(ES, Endocrine Society), 미국당뇨병학회(ADA,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 청소년 당뇨병 연구재단(JDRF, Juvenile Diabetes Research Fund)이 공동으로 제시한 1형 당뇨병의 초기 병기는 3단계로 나눠진다. 

1기는 베타세포에 대한 항체가 두 가지 이상 형성되었지만 정상 혈당이고 당뇨병의 임상적 증상은 없는 병기다. 2기는 두 가지 이상의 항체가 형성되었고 당뇨병 전단계의 이상 혈당도 나타났지만 아직 임상적 증상은 없는 병기다. 3기는 항체와 이상 혈당 외에도 다뇨, 다음, 체중감소 등 당뇨병의 임상적 증상이 나타나는 병기로 1형 당뇨병이 진단된다. 

임상적 증상이 나타나 1형 당뇨병으로 진단되는 3기 이후의 치료법은 지금까지 인슐린 요법이 유일했다. 증상이 발현되기 이전의 병기(1기 혹은 2기)에서는 적절한 치료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환자들은 진단 이후 치료만 가능했다.  

인슐린 요법으로 치료가 시작된 후에는 혈당체크 및 인슐린 투약을 위해 하루 평균 4회가 넘는 주사를 놓아야 하며, 인슐린 요법의 빈도가 늘어날수록 잦은 투약으로 인한 저혈당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저혈당이 발생할 경우, 단순히 공복감 및 사지경련, 불안감이 나타나는 것을 넘어 저혈당 쇼크를 겪으면서 뇌손상 위험이 증가하고, 사망률이 크게 증가할 수 있어 적절히 대처하지 않을 경우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된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1형 당뇨를 앓기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환자들은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면서 "환자 가족의 입장에서 1~2년이라도 질병을 지연시킬 수 있다면 약제 비용도 충분히 감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형 당뇨 진단 이후 드는 재료비, 혈당측정기와 인슐린 투여 비용 등 경제적 부담과 저혈당 쇼크에 대한 우려 등 질환이 주는 무게를 생각한다면 티지엘드를 투여 받는데 드는 비용은 충분히 감내할 환자들이 있을 것"이라면서 "항체가 발견된 환자들의 가족에게 사용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현 교수 역시 "지연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기에 베타세포에 대한 항체 검사를 거치더라도, 1형당뇨병 증상 발현을 지연시키기 위해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라면서 "1형 당뇨병은 평생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에 막대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조기에 질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치료 전략의 도입을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1형 당뇨병 전단계에서 베타세포에 대한 항체를 두 가지 이상 보유했는지 여부는 잠재적으로 1형 당뇨병 발병에 관한 위험이 있는지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당뇨병 전단계에서 증상이 있는 5년 내 당뇨병 발생 위험도는 1기에서 약 44%, 2기에서 약 75%이며, 1기 및 2기에 걸쳐 평생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도는 100%에 가까워진다.

보건당국도 1형 당뇨의 관리체계 내에서 예방적 대안으로 지연제의 필요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갈 길은 멀다. 아직까지 항체검사에 대한 급여가 인정되지 않는데다, 질환을 지연하는 약물을 보건당국이 급여권에 진입시킬 지 여부도 분명치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약물을 보유한 제약사의 도입 의지다. 

티지엘드는 프로벤션 바이오가 개발했으며 미국과 일부 국가의 판권은 사노피가 보유하고 있다. 

티지엘드로 1형 당뇨병 지연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2주간 14 바이알을 매일 투약해야 한다. 바이알 당 정가는 1만 3850달러로 14 바이알 총액은 19만 3900달러에 달한다. 원화로 환산하면 2억 6000만원 수준이다. 

한편 티지엘드는 1형 당뇨병을 가진 7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에서 진단까지 4년(중앙값 기준)이 걸렸다. 대상은 1형 당뇨병 초기 증상을 보이는 8세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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