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증원' 반발에 익명 커뮤니티는 '리베이트' 난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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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증원' 반발에 익명 커뮤니티는 '리베이트' 난타전
  • 문윤희 기자
  • 승인 2024.03.28 0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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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3월 한 달 간 80여건 '리베이트' 주제글 올라와
"전공의 때부터 리베이트 학습", "한 달에 1000만원 불로소득" 등 폭로 쇄도
'파업' 행보 "너무 이기적", 의료계에 피로와 실망감 드러내

정부의 의사 증원을 계기로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까지 사직서를 제출하는 가운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리베이트'를 고발하는 폭로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어 주목된다.

전공의 사직 이후 근 한 달 사이 '리베이트'를 주제로 올라온 글은 80여 건에 달하고 있다. 대부분의 글은 실제 리베이트 사례와 구조 등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어 리베이트 구조를 잘 아는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익명을 보장한 만큼 리베이트 실제 사례와 구조에 대해 명확하고 자세하게 설명한 글도 상당 수 게재돼 있다.

한 게시자는 '현실글'을 올리면서 "요즘 의사파업보면 전직 제약사 영업해본 결과 의사들 정말 이기적"이라면서 "인턴-레지던트부터 리베이트 기초부터 배우기 시작 회식, 식사자리 제약사가 내는게 국룰인걸 배움"이라고 적었다.

이 게시자는 "심지어 몇몇 병원은 20대 중반의 전공의가 50대 중후반 영업사원에게 반말하도록 가르친다"면서 "펠로우가 처방권이 생기면 무소불위, 이때부터 현금수수"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개업할 때 본인 자금이 거의 소요되지 않는다"면서 "익히 알려진 사실로 약국에 인테리어 자금받기, 의약품도매상으로 억대 지원금, 신규 오픈한 병원은 대부분의 약이 중소기업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게시자는 또 "프로 개원의는 도매상 선지원 처방으로 빚을 다 갚은 이후(통상 2-3년) 제약사별 선별 갑질( 차수리, 병의원홍보, 학회 대리참석 등 다수)를 한다"며 "이번 의사파업은 밥그릇 싸움도 아니고 개원해서 나도 월 1장(1억 원)씩 리스크 없이 벌고 싶은데 앞으로 이게 5천, 7천짜리 되는 거라 파업하는 거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개원의 파업하면 세무조사 하면 금방 꼬리 내린다"고 강조했다.

해당 게시글에 한 제약사 영업사원은 "레지던트 치프만 되어도 제약사에 일식집 선결제 해놓고 밥 먹는다"면서 해당 글이 사실임을 확인시켰다.

다른 게시인은 의사 수입이 리베이트로만 1000만원을 넘어 서고 있다며 리베이트 구조를 밝히기도 했다.

이 게시인은 "하루 처방 100~200건 나오는 내과, 가정의학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전문의가 제약회사에서 리베이트로만 받는 금액이 한 달에 얼마인지 알아보자"면서 "대부분 제약회사는 알값당 커미션 20~70%를 준다"고 소개했다.

이어 "하루 100건을 처방하는 개원의는 고혈압약, 당뇨약으로 1~2달 분 약값 5~10만원을 처방하는데 5만원으로 100건을 처방하면 500만원, 한 달이면 대충 1억"이라면서 "커미션을 계산하면 한 달 3000~4000만원을 리베이트로 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리베이트에 비급여, 약국 삥뜯는 거를 더하면 한 달 세후 1억원 버는 것이 우습다"면서 "나라 발전에 쓰였을 천문학적인 돈으로 이 짓을 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글에 한 기업인은 "소득은 인정하되 탈세한 경우는 의료먼허를 이용한 부정을 저지른 것이니 면허를 박탈하자"면서 "과거 사건 1회라도 추적해 면허박달을 해야 한다"고 달았다.

다른 댓글로는 "커뮤글이 거의 팩트. 요즘 복지부도 의사 때려잡고 싶어 난리인데 OO과 신고하라". "의사들 긁어 부스럼 만드는구나.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적당한 선에서 끝났을텐데", "리베이트도 전수조사 나서야한다" 등이 잇따랐다.

익명을 전제로 한 플랫폼인 만큼 게시글과 댓글들의 비판 수위는 대부분 높았다. 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계 반발에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게시글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의사들의 반격글도 몇 건 올라와 눈에 띄었다. 한 의료인은 정부가 내건 리베이트 포상금을 비꼬는 글을 올리며 "의사 불법 리베이트 제보하면 최대 30억이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 생애소득보다 훨씬 많은 돈"이라면서 "자진 신고하고 싶은데 불법 리베이트 제의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서 리베이트를 줄 수 있는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직원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해당 게시글에는 "주변에 리베이트 하는 의사를 신고하라"는 핀잔성 댓글부터 "쪽지를 달라"는 댓글들이 달렸다.

리베이트를 신고하겠다는 취지의 글들도 다수 목격됐다.

한 게시자는 "나도 감기 걸려 갔는데 약을 10종이나 처방해 주던 병원이 있었다"면서 "리베이트 집중신고기간이 운영되는데 이거 하면 되냐"고 물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의사들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 의사들을 공격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면서 "대부분 리베이트와 이를 신고할 때 받을 수 있는 포상금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제약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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