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병원 외래 축소 첫 시험대 "실질적 네트워크 구축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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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병원 외래 축소 첫 시험대 "실질적 네트워크 구축 기대"
  • 이창진 기자
  • 승인 2024.01.29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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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인하대·울산대병원, 중증 강화·전달체계·지불제도 실행 모델
복지부 이중규 건보국장, 건정심 우려 속 강행 "무한경쟁 구조 개선"

의료계 우려와 가입자단체 반대 속에 상급종합병원 외래 축소와 손실액 지급 시범사업을 강행하는 복지부.

중증질환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그리고 지불체계 개선 등 보건혁신 실행 모델이 될지, 재정만 투입한 미풍으로 끝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중규 국장은 전문기자협의회 만나 중증 강화 시범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이중규 국장은 전문기자협의회 만나 중증 강화 시범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지난 25일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 추진 배경과 기대감을 밝혔다.

복지부는 이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삼성서울병원과 인하대병원, 울산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3곳을 중증진료체계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하고 1월부터 향후 4년간 시범사업을 진행한다고 보고했다.

참여병원은 매년 5%, 10%, 15% 외래내원일수를 축소해야 하며, 환자 수 감축 성과에 따른 손실액을 성과급으로 보상받는다.

복지부는 외래내원일수 감축 목표 및 성과지표 100% 달성을 가정해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약 3600억원 재정 소요를 예상했다. 3개 병원을 합쳐 연간 최대 900억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날 건정심에서 가입자단체의 반대 의견이 개진됐다.

■보험급여과장 시절 설계한 시범사업, 건보국장으로 추진 "외래 축소한 만큼 보상" 

상급종합병원은 애초 중증질환 병원인데 경증환자를 축소한다고 막대한 보험 재정을 투입해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시범사업에 선정된 삼성서울병원, 인하대병원, 울산대병원 사업 추진 주요 내용.
시범사업에 선정된 삼성서울병원, 인하대병원, 울산대병원 사업 추진 주요 내용.

이중규 국장은 건정심 종료 후 간담회에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과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을 위한 첫 시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해당 상급종합병원과 협력병원 간 환자 의뢰 회송 등 실질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주목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시범사업은 이중규 국장이 보험급여과장 재직 시 설계해 건정심에 보고한 사업이다.

2022년 당시 서울대병원 등 13개 상급종합병원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다수 상급종합병원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이중규 국장은 "상급종합병원은 규모의 경제를 한다. 규모의 경제 핵심은 외래를 확장하는 것이다. 이번 사업은 그렇게 하지 말고, 중증환자와 입원 중심으로 가고 협력병원 네트워크를 통해 어느 정도 컨트롤 된 환자를 내려 보내자는 취지"라며 "대신 외래를 축소한 만큼 보상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년이 넘는 시범사업 지연과 관련 "어떻게 외래환자를 감소시킬지, 보상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등을 설계하는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설명하면서 "오늘 건정심에서도 상급종합병원이 외래를 줄이고 중증 중심으로 가는 것은 당연한 역할인데 왜 돈을 주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시범사업 평가지표 엄정 관리 "병원과 환자 신뢰 필요, 의료질 유지 의뢰회송"

이중규 국장은 "복지부 생각은 의료전달체계가 잘 작동하려면 결국 나 혼자가 아닌 다음 병원이 환자를 봐야 할 것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줘야 하는데 의료기관 네트워크는 그런 경험이 없는 각자도생이다. 상급종합병원 간,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무한경쟁이다. 병원 간 뭔가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의료생태계 현실을 인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중증진료 체계 시범사업 개요와 성과평가 지표 내용.
중증진료 체계 시범사업 개요와 성과평가 지표 내용.

그는 "무한경재 자체는 제도적으로 복지부가 만들어 놓은 부분도 있다. 수도권 쏠림 문제로 이어지니 적어도 한 네트워크 안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를 줄이고, 의료질이 유지되는 병원으로 회송시키고, 환자 정보를 교환하는 실질적 네트워크를 만들어보자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건정심 위원들 중에서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모두 경쟁하는 상황에서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는 의견도 있었다. 의뢰한 환자들이 다른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면 돈만 드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며 건정심 내부의 우려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평가지표를 통해 엄정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중규 국장은 "참여병원에 이미 평가지표를 전달했다. 병원과 환자 모두 신뢰를 갖고 협력병원에 환자를 의뢰하고 진료정보를 적극 제공해 해당 환자가 해당 상급종합병원에 오지 않더라도 협력병원에서 자신의 진료정보가 담당교수에게 공유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환자 상태에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지 패스트트랙으로 해당 상급종합병원에 갈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면 환자 입장에서 다른 상급종합병원을 가지 않아도 된다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상급종합병원 퍼주기라는 일각의 비판은 일축했다.

■상종 퍼주기 비판 일축 "동기부여 필요, 대형병원 외래 축소 쉽지 않아"

이 국장은 "상급종합병원 경영진 입장에서 외래를 줄일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환자부담도 올렸고, 100대 경증질환도 해봤고,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도 해봤는데 효과가 신통치 않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전달체계와 무한경쟁 의료기관 관계를 협력적으로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중규 국장은 외래 축소와 네트워크 구축 첫 실행 모델인 시범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이중규 국장은 외래 축소와 네트워크 구축 첫 실행 모델인 시범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의사 출신인 이중규 국장은 "쉽지 않다는 점도 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외래를 줄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병원장과 기조실장은 해당 진료과 교수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원래 상급종합병원이 해야 할 일인데 누가 참여를 할지 이런 측면에서 시범사업을 이해해 주면 좋겠다"고 보건의료계 협조를 구했다.

그는 "시범사업은 외래 볼륨을 줄이자는 것이지 중증환자만 보라는 관점이 아니다. 시범사업 참여병원 3곳에 외래 축소에 따른 손실 보상으로 연간 최대 900억원을 지원한다. 목표를 반밖에 못하면 절반 수준으로 지급한다"고 전했다.

이어 "참여병원을 3곳으로 한 이유는 지출 범위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지출 범위를 제한해 시범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병원 1~2곳은 못 들어왔다"고 했다.

이 국장은 "이번 시범사업이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네트워크 구축은 사실상 요원하다. 필수의료 강화와 국립대병원 역할 등에 중증진료 네트워크가 포함되어 있다. 복지부는 이번 시범사업이 성공하길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이중규 국장은 "외래 볼륨을 줄인 성과에 따라 참여 병원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인지, 협력병원 네트워크를 어떻게 관리할지는 복지부가 관여하지 않는다. 참여병원별 나름 생각하는 방식이 있더라. 다만 의뢰 환자의 퀄리티가 떨어져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복지부는 1월말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병원별 성과를 모니터링 해 주기적으로 건정심에 보고할 예정이다.

삼성서울병원과 인하대병원, 울산대병원 등 시범사업 참여 병원은 외래 축소에 따른 의료진과 환자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센티브와 시범사업 홍보 등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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